어릴 적부터 ‘이집트’ 하면 떠오르던 건 단연 피라미드였다. 커다란 돌들이 쌓여 만들어졌다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스핑크스의 신비한 얼굴, 그리고 사막 위에 펼쳐진 황금빛 도시. 이번에 정말 카이로를 직접 다녀오게 될 줄은 몰랐다. 여행은 총 3일간 진행되었고, 짧지만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1일차 – 피라미드에서 시작한 시간 여행
카이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기자 피라미드로 향했다. 실제로 본 피라미드는 사진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다. 스핑크스와 마주하며, 몇 천 년 전의 인류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상상만 해도 머릿속이 아찔했다. 근처에서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는데, 사진보다도 직접 눈으로 본 풍경이 훨씬 아름다웠다.
오후에는 **대이집트박물관(GEM)**에 들렀다. 여긴 아직 완전히 오픈은 안 되어 있었지만, 일부 전시가 공개되어 있었다. 특히 투탕카멘 황금 가면은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날 저녁은 나일강 유람선에서 디너를 즐겼다. 전통 이집트 음악과 춤 공연을 보며 즐긴 저녁 식사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2일차 – 이슬람 도시 속으로
둘째 날은 카이로의 이슬람 문화를 깊이 체험하는 날이었다. 먼저 살라딘 성에 올라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았는데, 끝없이 펼쳐진 카이로의 건물들과 모스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정말 이국적이었다. 안에 위치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는 터키풍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는데, 하얀 대리석과 푸른 돔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했다.
이후에는 칸 엘 칼릴리 시장에 갔다. 이곳은 진짜 ‘아랍’ 느낌이 살아있는 전통 시장이었고, 향신료, 보석, 수공예품들이 골목골목 가득했다. 현지 상인과 흥정도 해보고, 민트티와 함께 시샤(물담배)도 처음 경험해봤다. 강한 민트 향과 주변의 활기찬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렸다.
3일차 – 조용한 하루, 그리고 떠나기 전의 여유
마지막 날은 조금 차분한 일정을 선택했다. 먼저 콥틱 카이로로 향해 이집트 기독교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무슬림이 많은 국가지만, 기독교 문화도 조용히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오후에는 알 아즈하르 공원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겼다. 이 공원은 생각보다 정말 깨끗하고 조용했으며, 여행 중 유일하게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시티스타즈 몰에서 간단히 쇼핑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집트의 전통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카이로의 매력은 단순히 관광지로 끝나는 도시가 아니라, ‘이야기’를 품은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여행 팁
- 여름은 매우 덥다. 10~3월 사이가 여행하기 가장 좋다.
- 환전은 현지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며, 팁 문화가 있으니 소액 지폐를 준비해두자.
- 여성 여행자는 보수적인 복장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3일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카이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도시였다.
단순히 피라미드를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종교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속을 걸으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